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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화이트 와인을 사려고 마트에 서면 대체로 두 갈래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소비뇽 블랑이냐, 리슬링이냐.
둘 다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고, 둘 다 산도가 좋고, 가격대도 겹칩니다. 그런데 마셔보면 성격이 꽤 다릅니다. 직접 마신 두 병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소비뇽 블랑 — Russian Jack (뉴질랜드 말버러)
가볍게. 차게 해서 마시기 좋은 화이트.
블루베리와 조합이 괜찮았다. 🥂
뉴질랜드 말버러는 소비뇽 블랑의 대명사 같은 산지입니다. 이 지역 소비뇽 블랑의 특징은 향이 아주 직설적이라는 겁니다. 잔에 코를 대면 풋풋한 풀 냄새, 자몽, 패션프루트 같은 향이 바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초보자가 "아 이건 이런 향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리기 쉬운 와인입니다. 와인 향을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는 분께 첫 병으로 권할 만합니다.
다만 이 향은 오래 못 갑니다. 코르크를 딴 뒤 시간이 지나면 가장 먼저 날아가는 게 이 풋과일 향입니다. 차갑게, 딴 날, 빨리 마시는 게 정답입니다.
리슬링 — Schloss Johannisberg Gelblack Trocken (독일 라인가우)
시트러스. 레몬. 라임. 미네랄. 허니.
호불호 없을 달달한 화이트 와인.
독일 라인가우는 리슬링의 본고장입니다. 소비뇽 블랑이 향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리슬링은 산도와 미네랄로 조여주는 쪽입니다. 레몬·라임 같은 시트러스에 돌 냄새 같은 미네랄이 깔립니다.
여기서 짚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위 기록에는 "달달한"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병의 라벨에는 "Trocke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트로켄은 독일어로 '드라이'라는 뜻입니다.
모순 같지만 아닙니다. 잘 익은 과일향과 꿀 같은 뉘앙스가 강하면 잔당이 적어도 달게 느껴집니다. "달다"는 당분의 문제가 아니라 향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리슬링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예가 없습니다.
두 병 비교
| 소비뇽 블랑 | 리슬링 | |
|---|---|---|
| 첫인상 | 풀·자몽·패션프루트, 직설적 | 레몬·라임·미네랄, 단정함 |
| 단맛 느낌 | 거의 없음 | 드라이여도 달게 느껴짐 |
| 오픈 후 유지 | 짧음 (1~2일) | 김 (3~4일) |
| 서빙 온도 | 6~8℃, 아주 차게 | 8~10℃ |
| 이런 분께 | 향을 확실히 느끼고 싶은 입문자 |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걸 찾는 분 |
서빙 온도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화이트 와인에서 온도는 향의 스위치입니다. 너무 차가우면 향이 닫히고, 미지근하면 산도가 무너집니다.
-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상태는 보통 4~5℃라 약간 낮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이대로도 괜찮지만, 리슬링은 10분쯤 두고 마시면 향이 더 열립니다.
- 얼음물에 담그면 15~20분이면 충분합니다. 냉동실에 넣는 건 급할 때만 쓰시고, 잊으면 병이 터집니다.
- 여름에 밖에서 마신다면 잔에 따른 순간부터 온도가 올라갑니다. 한 번에 조금씩만 따르세요.
음식 매칭
소비뇽 블랑은 산도가 높고 허브 향이 있어서 샐러드, 염소 치즈, 조개류, 오이·바질이 들어간 요리와 잘 맞습니다. 한식이라면 골뱅이무침, 회무침처럼 새콤한 것과 붙습니다.
리슬링은 은근한 단맛이 있어서 매운 음식에 강합니다. 매운맛을 눌러주거든요. 양념치킨, 마라, 태국 음식과 좋은 조합입니다. 삼겹살에도 의외로 잘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라벨에서 단맛을 미리 알 수 있나요?
독일 와인은 라벨에 표기가 있습니다. Trocken(드라이) → Halbtrocken/Feinherb(반드라이) → 표기 없음(대체로 약간 달음) 순입니다. 프랑스·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거의 다 드라이라 표기가 없습니다.
Q. 화이트 와인도 눕혀서 보관하나요?
코르크 마개면 눕히는 게 맞습니다. 스크류캡이면 세워도 됩니다. 뉴질랜드 화이트는 스크류캡이 많아서 세워 보관해도 문제없습니다.
Q. 남은 화이트는 며칠까지 괜찮나요?
냉장 보관 기준으로 소비뇽 블랑 1~2일, 리슬링 3~4일 정도입니다. 산도가 높을수록 오래 버팁니다. 자세한 건 오픈 후 변화 기록에 정리해뒀습니다.
Q. 결국 뭘 사면 되나요?
더위에 지쳐 시원하고 상쾌한 걸 원하면 소비뇽 블랑, 매운 음식과 함께거나 부드러운 걸 원하면 리슬링입니다.
정리
소비뇽 블랑은 향으로 말을 거는 와인이고, 리슬링은 산도로 균형을 잡는 와인입니다. 여름에 둘 다 좋지만 쓰임이 다릅니다.
한 병만 고르셔야 한다면, 화이트를 잘 안 드셔본 분께는 소비뇽 블랑을 권합니다. 향이 확실해서 "화이트 와인은 이런 거구나"가 한 잔에 들어옵니다.
마신 와인들의 기록은 인스타그램 @wine.with.u에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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